"6개월만 '임시 대표이사' 맡아달라는데..." 괜찮을까요? (ft. 법적 책임 범위, 면책 합의서 작성법, 등기 절차 총정리)
⚖️ "지인의 부탁으로 신설 법인의 임시 대표이사를 맡게 되었습니다. 지분도 없는 '바지사장'인데, 회사의 채무나 세금 문제에 대해 제가 책임을 져야 하나요? 어떻게 하면 위험을 피할 수 있을까요?"
사업을 하다 보면, 법인 설립 절차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잠시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대표이사 등기를 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몇 달만 이름만 빌려달라"는 부탁은 신뢰 관계 속에서 쉽게 오고 갈 수 있지만, 법의 세계에서 '임시' 또는 '명의만 있는' 대표이사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등기부등본에 당신의 이름이 '대표이사'로 기재되는 순간, 당신은 법률이 정한 모든 권한과 함께 '무한한 책임'을 부여받게 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임시 대표이사'라는 직함이 가진 법적 책임의 실체와 무게를 샅샅이 파헤치고, 부당한 위험에 휘말리지 않도록 당신을 지켜줄 최강의 방패, '책임 제한 및 면책 합의서' 작성법과 완벽한 퇴장 전략까지, 당신이 반드시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알려드리겠습니다.
📜 1단계: 가장 중요한 진실 - 법에는 '임시 대표이사'란 없다
가장 먼저 명심해야 할 대원칙입니다. 내부적으로 당신의 역할을 '임시' 또는 '잠깐 도와주는 것'으로 약속했다 하더라도, 법과 외부 거래 상대방(은행, 계약업체, 정부 기관 등)은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등기부등본의 절대적 효력: 대한민국 상법상 회사를 대표하는 유일한 법적 근거는 '법인 등기부등본'입니다. 이곳에 대표이사로 등재된 사람이 그 회사의 모든 법률 행위에 대한 전적인 권한과 책임을 가집니다.
외부 제3자에 대한 책임: 외부 거래 상대방은 당신이 '임시'인지, '주주'인지 알 수 없으며 알 필요도 없습니다. 그들은 등기부등본에 기재된 대표이사인 당신을 보고 계약을 체결하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을 묻게 됩니다. '나는 임시라서 몰랐다'는 항변은 법정에서 통하지 않습니다.
결론: '임시 대표이사'로 등기된 6개월 동안, 당신은 법적으로 완벽한 B 법인의 대표이사이며, 그 기간 동안 발생한 모든 경영 활동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을 지게 됩니다.
💣 2단계: 대표이사의 책임 범위 - 당신은 어디까지 책임지는가?
그렇다면 대표이사가 지는 법적·재무적 책임의 범위는 구체적으로 어디까지일까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① 회사에 대한 책임 (선관주의 의무 및 충실의무)
대표이사는 회사(즉, 주주)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 회사를 경영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라고 합니다. 만약 고의나 과실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면, 주주는 당신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예: 충분한 검토 없이 무리한 계약을 체결하여 회사에 손실을 입힌 경우)
② 제3자에 대한 책임 (가장 위험!)
당신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입니다. 대표이사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임무를 게을리하여 제3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채무: 원칙적으로 회사의 채무는 법인이 책임지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대표이사가 불법적인 행위를 하거나, 대출 계약서 등에 개인 자격으로 '연대보증'을 섰다면 개인 재산으로도 책임을 져야 합니다.
임대차 계약: 대표이사 자격으로 체결한 사무실 임대차 계약의 임대료가 연체된다면, 법인이 책임을 지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 해결의 책임은 대표이사인 당신에게 있습니다.
기타 계약 위반: 모든 계약과 법률 행위의 대표자는 당신이므로, 계약 위반 시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있습니다.
③ 세금 관련 책임 (제2차 납세의무)
법인이 세금을 체납한 경우, 과점주주가 아닌 대표이사는 원칙적으로 책임이 없습니다. 하지만 국세기본법에서는 법인의 재산으로 세금을 충당할 수 없고, 그 체납의 책임이 대표이사에게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예외적으로 대표이사를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하여 체납된 세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사임 후의 책임: 대표이사직을 사임하더라도, 재임 기간 중에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는 그 책임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즉, 6개월 뒤 사임 등기를 마쳤다 하더라도, 그 6개월 동안 발생한 일에 대해서는 향후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3단계: 당신을 지켜줄 최강의 방패 - '책임 제한 및 면책 합의서'
그렇다면 이 모든 위험을 어떻게 방어해야 할까요? 정관이나 계약서에 '임시 대표' 문구를 넣는 것은 제3자에 대한 효력이 없어 무의미합니다. 가장 확실하고 강력한 방법은, 실질적인 주인인 '주주'와 당신 사이에 별도의 법적 구속력을 갖는 합의서를 작성하고 '공증'까지 받아두는 것입니다.
'책임 제한 및 면책 합의서' 핵심 조항 체크리스트
이 합의서는 변호사의 검토를 거쳐 작성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며, 아래 내용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합니다.
① '임시 대표이사' 역할의 명확화:
"대표이사 OOO(이하 '갑')의 임기는 202X년 X월 X일부터 202X년 X월 X일까지(약 6개월)로 한정하며, 이는 주주 XXX(이하 '을')의 사정에 따른 임시적인 직무 수행임을 명확히 한다."
② 업무 범위 및 권한의 제한:
"'갑'의 업무는 법인의 일상적인 운영 및 관리에 한정된다. 자금 차입, 부동산 계약, 자산 처분, 연대보증 등 회사의 재무 상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는 반드시 '을'의 사전 서면 동의를 얻어야만 한다."
③ 최종 책임의 주체 명시:
"법인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법적·재무적 책임(채무, 세금, 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등)의 최종적인 부담 주체는 실질적 운영자이자 주주인 '을'에게 있음을 확인한다."
④ 면책 및 구상권 조항 (가장 중요!):
"'갑'이 대표이사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갑' 개인에게 법적·재무적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 '을'은 그 손해 전액(소송비용, 변호사 보수 포함)을 '갑'에게 즉시 배상하여야 한다. '을'은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을 보증한다."
⑤ 주주의 인감증명 첨부 및 공증: 합의서의 진정성과 법적 구속력을 강화하기 위해, 반드시 주주의 인감도장을 날인하고 인감증명서를 첨부하여 공증사무소에서 공증을 받아두어야 합니다.
✍️ 4단계: 완벽한 퇴장 전략 - 사임 및 변경 등기 절차
약속한 6개월이 지났을 때, 깔끔하게 대표직에서 물러나 모든 법적 관계를 정리하는 절차는 매우 중요합니다. 하나라도 놓치면 당신은 계속해서 B 법인의 대표이사로 남게 됩니다.
사임서 제출: 정해진 날짜에 맞춰 주주에게 내용증명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사임서'를 제출하여 증거를 남깁니다.
주주총회(또는 이사회) 결의: 당신의 사임과 새로운 대표이사 선임 안건을 처리하기 위한 주주총회(1인 주주이므로 주주총회 의사록으로 갈음 가능)를 개최하고, 반드시 '의사록'을 작성하여 공증을 받아야 합니다.
변경 등기 신청 (가장 중요!): 새로운 대표이사가 선임된 날로부터 2주 이내에 법무사를 통해 관할 등기소에 '대표이사 변경 등기'를 신청해야 합니다.
등기부등본 최종 확인: 변경 등기가 완료된 후, 법인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대표이사 항목에서 당신의 이름이 삭제되고 새로운 대표이사의 이름이 기재되었는지 반드시 최종 확인해야 합니다. 이 절차까지 마쳐야 비로소 당신의 책임이 법적으로 종료됩니다.
❓ 예비 '임시 대표이사'를 위한 최종 Q&A
Q1. 위험 부담의 대가로 높은 급여를 받으면 괜찮지 않을까요?
A1. 높은 급여는 위험에 대한 보상일 뿐, 법적 책임을 면제해주지 않습니다. 수천만 원의 급여를 받더라도, 수억 원의 채무나 세금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급여와 별개로, '책임 제한 및 면책 합의서'는 당신을 보호할 필수 안전장치입니다.
Q2. 주주가 불법적인 일을 지시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2. 절대 응해서는 안 됩니다. 당신의 의무는 주주가 아닌 '회사'에 대한 선관주의 의무입니다. 명백한 불법 행위에 가담하면, 당신은 공범으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으며, 면책 합의서도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효력을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지시가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거절 의사를 이메일 등 서면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Q3. 제가 사임한 뒤에, 주주가 변경 등기를 차일피일 미루면 어떻게 하죠?
A3. 이것이 가장 큰 위험 중 하나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면책 합의서에 "약속된 기한 내에 대표이사 변경 등기 절차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지체일수 1일당 OOO원의 위약금을 지급한다"와 같은 조항을 추가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Q4.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단 한 가지를 꼽자면 무엇인가요?
A4. "대표이사 취임 등기를 하기 전, 변호사가 작성하고 공증까지 마친 '책임 제한 및 면책 합의서'에 주주의 서명을 받는 것"입니다. 이 서류 없이는 절대 대표이사 직을 수락해서는 안 됩니다.
결론: 신뢰는 신뢰, 법적 안전장 P치는 필수
당신이 A 법인을 성공적으로 인수하고, B 법인의 분리가 원활히 진행되기를 바라는 선의와 신뢰 관계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사업의 세계에서 '신뢰'는 '법적 안전장치'와 함께할 때 더욱 빛을 발합니다.
'임시 대표이사'라는 이름으로 당신이 짊어져야 할 책임은 결코 '임시'가 아닙니다. 이 글에서 제시한 법적 방어 전략들을 철저히 준비하여, 부당한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완벽하게 보호하고, 당신의 핵심 사업인 A 법인 운영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만드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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