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욕죄 고소 당하셨나요? 경찰조사 전 반드시 알아야 할 대응법 A to Z (성립요건, 진술서 작성법, 합의 꿀팁)

 


지워지지 않는 댓글

평범한 직장인 최민준에게 밤 10시는 하루 중 가장 소중한 자유시간이었다. 그는 맥주 한 캔을 따서 컴퓨터 앞에 앉아, 온갖 유머와 이슈가 들끓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둘러보는 것을 낙으로 삼았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스크롤을 내리던 그의 눈에 한 게시물이 들어왔다. 어떤 카페에 올라온 글을 캡처한 이미지였는데, 글쓴이의 허세와 무논리가 가득 담겨있어 보는 사람의 실소를 자아냈다. 닉네임은 있었지만 얼굴 사진이나 신상 정보는 전혀 없었다.

수많은 비판 댓글 속에서, 민준도 가볍게 손가락을 얹었다. ‘ㅋㅋ 진짜 머리에 뭐가 들었을까 궁금하다.’ 조롱 섞인 댓글을 단 뒤 그는 피식 웃고는 다음 글로 넘어갔다. 댓글은 수많은 페이지 속으로 금세 잊혔다.

두 달 뒤,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을 서울의 한 경찰서 사이버수사팀 소속이라고 밝힌 수사관은, 민준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정확히 읊었다. 그리고 물었다. “두 달 전 OO 커뮤니티 게시물에 ‘머리에 뭐가 들었을까’라는 댓글, 본인이 작성하신 거 맞으시죠?”

순간 민준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까맣게 잊고 있던 그날 밤의 댓글이 날카로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당황한 그는 자신도 모르게 “네... 제가 쓴 것 맞는 것 같은데요.”라고 대답해버렸다. 수사관은 며칠 뒤 경찰서로 출석해 조사를 받아야 하며, 사건에 대한 진술서를 미리 작성해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화를 끊은 민준은 한동안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다. 단 한 줄의 댓글, 스치듯 던진 조롱이 ‘모욕죄’라는 이름의 사건이 되어 자신을 옭아매고 있었다. 고작 닉네임 하나만 있던 그 캡처 글의 주인이 어떻게 자신을 특정해서 고소할 수 있었을까? 익명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 무심코 던진 돌멩이가 누군가의 발등을 찍고, 이제는 자신의 목에 법적인 책임을 묻는 칼날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그는 하얀 워드 파일을 띄워놓고 ‘사건에 대한 진술’이라는 제목 아래에서 한 글자도 쓰지 못한 채 깊은 후회와 막막함에 휩싸였다.


모욕죄 고소 당하셨나요? 경찰조사 전 반드시 알아야 할 대응법 A to Z (성립요건, 진술서 작성법, 합의 꿀팁)

소설 속 주인공의 이야기가 남의 일 같지 않으신가요? 온라인 공간에서의 사소한 감정 표현 하나가 어느 날 갑자기 ‘모욕죄 고소’라는 차가운 현실이 되어 돌아오는 일은 이제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도 흔한 일이 되었습니다. 경찰서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한 마음에 밤잠을 설치고 계실 여러분을 위해 이 글을 준비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고소를 당했다고 해서 무조건 처벌받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모욕죄는 성립하기 위한 법적인 요건이 매우 까다로우며, 이 요건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경찰 조사에 임하는 것이 처벌을 피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입니다.

오늘은 모욕죄가 성립하기 위한 3가지 핵심 기둥은 무엇인지, 경찰 출석 요구에 어떻게 대응하고 진술서를 작성해야 하는지, 그리고 현명하게 합의에 이르는 방법까지, 여러분이 이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가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알려드리겠습니다.

※ 매우 중요: 본 글은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변호사의 법률 상담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작은 사실관계 하나로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여 본인의 상황에 맞는 최적의 대응 전략을 세우시길 바랍니다.


⚖️ 모욕죄, 3가지 기둥이 무너지면 성립하지 않습니다

수사관 앞에서 "억울합니다"라고 감정적으로 호소하는 것보다, "제 행위는 법리적으로 모욕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않습니다"라고 논리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모욕죄(형법 제311조)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아래 3가지 요건(성립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하며, 이 중 단 하나라도 깨지면 범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 1. 특정성(Specificity): '누구에게' 욕을 했는가? (가장 중요한 방어 포인트!) 🎯 특정성이란, 여러분이 쓴 댓글의 모욕적인 표현이 '누가 봐도 그 사람'이라고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피해자가 특정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단순히 인터넷 아이디(ID)나 닉네임만으로는 특정성이 성립한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 판례의 태도: 법원은 "아이디나 닉네임만으로는 그 사람이 현실 세계의 누구인지 알 수 없으므로 특정성이 부정된다"고 보는 경향이 강합니다.

    • 특정성이 성립되는 예외적인 경우:

      • 해당 아이디를 쓰는 사람이 게시판 활동 등을 통해 자신의 이름, 얼굴, 나이, 연락처, 소속(학교, 직장) 등 개인정보를 공개하여, 제3자가 그 아이디만 보고도 "아, 이 사람은 현실의 OOO구나"라고 알 수 있는 상태일 때.

      • 오프라인 모임 등을 통해 해당 커뮤니티 내에서 그 아이디가 현실의 누구를 지칭하는지 여러 사람이 이미 알고 있을 때.

    • 질문자님의 경우: 얼굴 공개도, 개인정보도 없는 다른 사이트의 글을 캡처해 온 게시물이었습니다. 이는 피해자의 현실 속 인물을 제3자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므로, '특정성'이 성립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것이 질문자님의 가장 강력한 방어 논리가 될 것입니다.

  • 2. 공연성(Publicity): '누가 보는 앞에서' 욕을 했는가? 📢 공연성이란, 불특정 또는 다수의 사람이 직접 인식할 수 있는 상태, 즉 '공개된 장소'에서 모욕 행위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일대일 채팅이나 개인 쪽지(DM)는 공연성이 없지만, 질문자님처럼 누구나 볼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댓글 창은 명백히 공연성 요건을 충족합니다. 이 부분은 방어하기 어렵습니다.

  • 3. 모욕성(Insult): '어떤 말'로 욕을 했는가? 🤬 모욕성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인 판단이나 경멸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구체적인 사실이 아닌 '가치 판단'을 담은 욕설입니다.

    • 명예훼손과의 차이: "OOO는 사기꾼이다"처럼 구체적인 사실(진실이든 거짓이든)을 적시하면 '명예훼손', "OOO는 바보다, 쓰레기다"처럼 경멸적인 감정을 표현하면 '모욕'에 해당합니다. 질문자님의 댓글은 구체적인 사실 적시가 없으므로 모욕죄의 범주에서 검토됩니다.


✍️ 골든타임: 경찰 출석 전,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수사관이 "사건 자료와 할말 같은 거를 HWP파일이나 종이로 뽑아오라고" 한 것은,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미리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 올 기회를 준 것입니다. 이는 매우 중요하며,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조사의 방향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진술서(의견서) 작성 핵심 전략

  • 1. 행위는 인정하되, 범죄는 부인하라 전화 통화로 이미 댓글을 작성한 사실을 인정하셨으므로, 이를 번복하는 것은 신뢰도를 떨어뜨릴 뿐입니다. 진술서의 첫 부분에는 "제가 O월 O일 OO 커뮤니티에 해당 댓글을 작성한 사실은 맞습니다"라고 솔직하게 인정하고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죄'를 인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어서 "그러나 저의 행위는 법리적으로 모욕죄의 성립요건을 충족하지 않으므로 범죄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명확히 선을 그어야 합니다.

  • 2. '특정성'이 성립되지 않음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라 진술서의 핵심 내용입니다.

    • "제가 댓글을 달았던 게시물은 피해자의 얼굴, 이름, 나이, 연락처 등 어떠한 개인정보도 포함하고 있지 않은, 단순히 다른 사이트의 글을 캡처한 이미지였습니다."

    • "저는 해당 닉네임의 사용자가 현실 세계의 누구인지 전혀 알지 못했으며, 알 수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 "따라서 제 댓글을 읽은 제3자 역시 그 닉네임의 주인이 누구인지 특정할 수 없었으므로, 모욕죄의 핵심 요건인 '피해자의 특정성'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 논리를 상세하고 논리적으로 작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 3. 진심으로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라 법리적 주장과는 별개로, 태도는 매우 중요합니다.

    • "법리적 성립 여부를 떠나, 저의 경솔한 표현으로 인해 상대방께서 모욕감과 불쾌감을 느끼셨다면 그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 "해당 댓글은 즉시 삭제하였으며, 앞으로는 온라인 공간에서 더욱 신중하게 소통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처럼 진심 어린 반성의 태도는 수사관과 검사에게 좋은 인상을 주어, '기소유예' 등 선처를 받을 가능성을 높여줍니다.


🚶‍♂️ 경찰서 출석 당일, 이것만은 기억하세요

  • 태도가 반이다: 시종일관 예의 바르고 협조적인 태도를 유지하세요. 억울함을 호소하며 목소리를 높이거나, 수사관을 가르치려 드는 태도는 최악입니다.

  • 일관된 진술 유지: 준비해 간 진술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일관되게 진술해야 합니다. 수사관의 유도 질문에 당황하여 말을 바꾸지 마세요.

  • 섣부른 합의는 금물: 조사를 받다 보면 수사관이 고소인과의 '합의'를 권유할 수 있습니다. 합의는 곧 혐의를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하므로, '특정성'이 성립되지 않아 무죄를 주장하는 사안에서는 섣불리 합의에 응해서는 안 됩니다. "진심으로 사과할 의향은 있으나, 법리적으로 범죄가 성립하는지는 검토가 필요하므로 합의는 추후에 생각해보겠습니다" 정도로 답변하는 것이 좋습니다.

  • 정보공개청구 활용: 조사를 마친 뒤에는, 고소인이 제출한 '고소장'과 본인이 진술한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하여 고소인의 주장과 내 진술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합니다.


⚖️ 조사 이후의 과정과 예상 결과

  • 경찰 → 검찰 송치: 경찰은 조사를 마친 뒤,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하면 '기소 의견'으로,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면 '불송치(혐의없음)' 결정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기거나 종결합니다.

  • 검사의 처분 (가장 중요):

    • 무혐의 처분: 검사가 법리적으로 검토한 뒤, 특정성 부족 등으로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최상의 결과입니다.

    • 기소유예: 혐의는 인정되지만, 사안이 경미하고, 초범이며, 진심으로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재판에 넘기지 않고 기회를 한 번 더 주는 선처입니다. 전과 기록은 남지 않습니다.

    • 약식기소 (벌금형): 재판 없이 서면 심리만으로 벌금형을 부과하는 처분입니다. 벌금도 전과 기록에 해당합니다.

질문자님의 경우, '특정성'이 성립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무혐의 처분'을 목표로 적극적으로 방어해야 하는 사안으로 보입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A)

Q1. 모욕죄와 명예훼손죄는 정확히 어떻게 다른가요? A. 명예훼손은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OOO가 돈을 훔쳤다" 등. 이 사실이 진실이어도 처벌될 수 있습니다.) 반면 모욕은 구체적인 사실 없이, 경멸적인 욕설이나 표현으로 사람을 비하하는 것입니다. ("OOO는 멍청이다" 등)

Q2. 고소인이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하면 어떻게 하죠? A. 만약 '특정성'이 성립되는 등 혐의가 인정될 것 같은 상황이라도, 고소인이 사회 통념을 벗어나는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한다면 응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경우 차라리 벌금형을 받는 것이 금전적으로 더 나을 수 있습니다. 통상적인 모욕죄 초범의 벌금은 30~100만 원 사이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3. 이미 댓글 쓴 걸 인정했는데, 불리하지 않을까요? A. '댓글을 쓴 사실'을 인정한 것과 '모욕죄를 저지른 사실'을 인정한 것은 다릅니다. 솔직하게 행위를 인정했기 때문에 수사관에게 신뢰를 줄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내가 쓴 것은 맞지만, 법리적으로 이러이러한 이유 때문에 죄가 되지 않습니다"라고 주장하는 것이 훨씬 더 설득력 있습니다.

Q4. 이런 간단한 모욕죄 사건에도 변호사가 꼭 필요한가요? A. 필수적인 것은 아니지만, 변호사의 조력을 받으면 훨씬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습니다. 변호사는 법리적으로 완벽한 의견서를 작성해주고, 경찰 조사에 함께 동석하여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도록 조력하며, 수사 진행 상황을 파악하여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상담이라도 받아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마치며

인터넷이라는 광활한 공간 속에서 우리가 무심코 던지는 말의 무게는 생각보다 훨씬 더 무거울 수 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온라인 소통의 책임감을 되새기는 것은 분명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당한 법적 책임까지 질 필요는 없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질문자님의 사례는 '피해자의 특정성'이 성립되지 않아 모욕죄로 처벌받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사안입니다. 막연한 두려움에 휩싸여 섣불리 거액의 합의를 해주거나, 불리한 진술을 하지 마십시오. 오늘 알려드린 내용을 바탕으로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여, 경찰 조사에 당당하게 임하시기를 바랍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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