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설립, '지분 구조'가 회사의 100년을 좌우합니다 (스타트업 대표 필독 가이드)
법인 설립, '지분 구조'가 회사의 100년을 좌우합니다 (스타트업 대표 필독 가이드)
“지분? 그거 그냥 N분의 1로 나누면 되는 거 아니야? 우린 서로 믿으니까!”
밤샘 코딩과 식은 커피로 버티던 작은 오피스텔, ‘솔루케어’의 시작은 뜨거웠다. 대표 박정훈과 개발 천재 김민준은 세상을 바꿀 헬스케어 앱을 만들고 있었다. 둘은 대학 동아리 시절부터 10년을 함께한 친구였고, 법인을 세우던 날 주저 없이 지분을 50:50으로 나눴다. 그들에게 지분 구조는 복잡한 법률 문제가 아닌, 굳건한 우정의 상징이었다.
앱은 훌륭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둘은 마케팅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업계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던 최유진을 삼고초려 끝에 팀장으로 영입했다. 정훈은 유진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 “유진 씨만 믿어. 성공하면 지분, 확실하게 챙겨줄게!” 그 구두 약속이 미래에 어떤 나비효과를 가져올지, 그때는 아무도 몰랐다.
1년 뒤, ‘솔루케어’는 기적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그리고 마침내 대형 VC로부터 20억 투자 제안을 받았다. 정훈과 민준은 서로를 얼싸안고 환호했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VC의 실사팀이 가장 먼저 지적한 것은 바로 지분 구조였다.
“박 대표님과 김 이사님의 지분이 50:50이시네요. 만약 두 분의 의견이 다르면 최종 의사결정은 어떻게 하시나요? 교착 상태(Deadlock)에 빠질 위험이 너무 큽니다. 그리고… 최유진 팀장님의 지분은 어떻게 되나요? 주주명부엔 없는데, 구두 계약도 계약입니다. 이건 법적 분쟁의 소지가 다분합니다.”
VC의 날카로운 지적에 정훈은 할 말을 잃었다. 우정의 상징이었던 50:50 지분은 회사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었고, 유진에게 했던 약속은 시한폭탄이 되어 돌아왔다. 투자는 잠정 보류되었다. 그날 밤, 정훈은 텅 빈 사무실에 홀로 앉아 생각했다. ‘우리가 처음부터 나눈 것이 과연 지분이었을까, 아니면 언젠가 터질지 모를 갈등의 씨앗이었을까.’ 사업의 본질은 기술이나 마케팅이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설계’에 있다는 것을 그는 너무 늦게 깨달았다.
📜 지분 구조, 왜 그렇게 중요한가요?
위 박 대표의 이야기가 창업을 준비하는 여러분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시나요? 천만에요. 이것은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현실입니다. 법인 설립 시 지분 구조를 단순히 ‘동업자 간의 파이 나누기’ 정도로 생각한다면,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지분 구조는 단순히 누가 회사의 주식을 얼마나 가졌는지를 나타내는 숫자가 아닙니다. 그것은 회사의 미래 권력 지도이자, 성장의 규칙을 담은 헌법입니다.
👑 의결권과 경영권: 지분율은 곧 의결권입니다. 주주총회에서 주요 안건(이사 선임, 정관 변경, M&A 등)을 결정할 때 지분율에 따라 영향력이 달라집니다. 특히 50:50 구조는 창업자 간 의견이 대립할 때 회사를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교착 상태(Deadlock)’를 유발하는 가장 위험한 구조입니다.
🤝 동기부여와 보상: 초기 스타트업은 높은 연봉을 주기 어렵습니다. 이때 핵심 인재를 유치하고 그들의 헌신을 이끌어내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바로 ‘지분’과 ‘스톡옵션’입니다. 잘 설계된 지분 구조는 팀 전체에 강력한 동기를 부여합니다.
💰 투자 유치: 외부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면 지분 구조는 더욱 중요해집니다. 투자자(VC, 엔젤 등)들은 지분 구조를 통해 창업팀의 리더십, 미래 분쟁 가능성, 성장 전략까지 꿰뚫어 봅니다. 창업자 간 지분 분쟁의 소지가 있거나, 리더십이 불분명한 회사에 거액을 투자할 투자자는 없습니다.
🏁 엑싯(Exit) 전략: 회사가 성공적으로 성장해 M&A나 IPO를 하게 될 때, 지분 구조는 그동안의 고생에 대한 보상이 어떻게 분배되는지를 결정하는 최종 성적표가 됩니다.
⚖️ 황금비율을 찾아서: 지분 구조 설계 시 핵심 고려사항
그렇다면 회사의 100년을 좌우할 지분 구조,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요? 정해진 공식은 없지만, 반드시 고려해야 할 핵심 원칙들이 있습니다.
1. 단순한 N분의 1은 피하세요 (기여도를 냉정하게 따져라) 가장 흔한 실수가 바로 창업 멤버 수대로 지분을 똑같이 나누는 것입니다. 우정과 의리는 존중하되, 회사의 미래를 위해 아래와 같은 객관적인 기여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초기 자본 투자: 누가 얼마의 자본금을 출자했는가?
아이디어와 사업 모델: 누가 핵심 아이디어를 냈고, 사업 계획을 구체화했는가?
역할과 전문성: 핵심 기술을 책임지는 개발자인가? 영업과 마케팅을 책임지는 담당자인가?
기회비용: 안정적인 대기업을 그만두고 합류했는가? 리스크를 얼마나 감수했는가?
상근 여부: 풀타임으로 올인하는가? 파트타임으로 참여하는가?
이러한 기준을 바탕으로 창업자 간의 솔직하고 깊은 대화를 통해 서로가 납득할 수 있는 지분율을 정해야 합니다.
2. 리더를 명확히 하세요 (대표이사의 지분) 모두가 평등한 회사는 매력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위기의 순간에는 회사를 좌초시킬 수 있습니다. 최종적인 책임을 지고 어려운 결정을 내릴 리더, 즉 대표이사가 명확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대표이사는 다른 창업 멤버보다 단 1%라도 더 많은 지분을 가져가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경영권 분쟁의 소지를 줄이고, 외부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인 리더십을 보여주는 중요한 시그널이 됩니다.
3. 미래의 동료를 위한 자리를 남겨두세요 (스톡옵션 풀) 회사는 지금의 멤버만으로 성장하지 않습니다. 미래에 합류할 핵심 인재(CFO, CTO, 마케터 등)를 위한 보상 재원을 미리 마련해두어야 합니다. 법인 설립 시, 전체 지분의 10~20%를 ‘스톡옵션 풀(ESOP, Employee Stock Option Pool)’로 따로 떼어놓는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이를 미리 설정하지 않으면, 나중에 필요할 때 창업자들이 자신의 지분을 쪼개서 내놓아야 하는 고통스러운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4. ‘베스팅(Vesting)’ 조항을 반드시 설정하세요 ‘베스팅’은 공동창업자 리스크를 관리하는 가장 중요한 안전장치입니다. 지분을 한 번에 모두 주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동안 근무해야 약속된 지분이 점진적으로 귀속되도록 하는 계약 조건입니다.
예시: ‘4년 베스팅, 1년 클리프(Cliff)’ → 1년을 채워 근무해야 전체 지분의 4분의 1(25%)이 귀속되고, 그 이후부터는 매월 1/48씩 나머지 지분이 점진적으로 지급됩니다. 만약 1년 안에 퇴사하면 단 한 주의 주식도 가져갈 수 없습니다. 이는 함께 가기로 한 동료가 중간에 이탈했을 때, 회사의 소중한 지분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아주는 핵심적인 조항입니다.
❌ 선배 창업가들이 피눈물 흘렸던 지분 구조 실수들
50:50 동등 지분의 함정: “우리는 친구니까”라는 말로 시작된 50:50 지분은 회사의 성장을 가로막는 최악의 수가 될 수 있습니다. 신뢰는 비즈니스 전략이 될 수 없습니다. 반드시 리더십을 명확히 하는 차등을 두세요.
구두 약속과 불분명한 지분: “성공하면 챙겨줄게”라는 말은 법적으로 아무런 효력이 없으며, 감정싸움과 법적 분쟁의 씨앗이 됩니다. 모든 지분 관련 약속은 반드시 주주 간 계약서 등 서면으로 명확하게 남겨야 합니다.
초기 투자자에게 너무 많은 지분을 주는 것: 당장의 운영자금이 급하다고 해서 초기 엔젤 투자자에게 너무 많은 지분(예: 20% 이상)을 넘기는 것은 신중해야 합니다. 이는 후속 투자 유치 시 창업자의 지분을 지나치게 희석시켜 경영권을 위협하고, 성장에 대한 동기를 잃게 만들 수 있습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A)
Q1. 3인 공동창업, 33.3%씩 똑같이 나누는 건 어떤가요? A. 이 또한 50:50 구조만큼이나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의사결정(과반수 찬성)은 2:1로 가능하지만, 정관 변경이나 해산 등 중요한 특별결의(출석 주주 2/3 찬성)에서는 2명의 찬성만으로는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교착 상태에 빠질 수 있습니다. 34%, 33%, 33%와 같이 미세하게라도 차등을 두어 리더를 명확히 하는 것이 좋습니다.
Q2. 엔젤 투자자에게는 몇 퍼센트의 지분을 주는 게 적절한가요? A. 회사의 가치(밸류에이션), 투자금액, 투자자의 기여도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정답은 없지만, 일반적으로 시드(Seed) 단계에서 엔젤 투자자에게는 5%~15% 사이의 지분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투자금액만 보지 말고, 우리의 사업에 어떤 도움(네트워킹, 멘토링 등)을 줄 수 있는 투자자인지 함께 고려하여 협상하는 것입니다.
Q3. 공동창업자가 6개월 만에 그만둔다면 지분은 어떻게 되나요? A. 바로 이럴 때 ‘베스팅’ 조항이 빛을 발합니다. 만약 ‘4년 베스팅, 1년 클리프’ 조항이 주주 간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다면, 1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사한 공동창업자는 단 한 주의 주식도 가져갈 수 없습니다. 만약 베스팅 조항이 없다면, 그 창업자는 기여도와 무관하게 초기에 약속된 지분을 전부 가져가게 되어 회사에 막대한 피해를 주게 됩니다.
Q4. 지분 구조를 정할 때 변호사의 도움이 꼭 필요한가요? A. 창업자들끼리 지분율을 합의하는 것 자체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합의된 내용을 법적 효력이 있는 문서, 즉 ‘주주 간 계약서(Shareholders' Agreement)’로 만드는 과정에서는 반드시 법률 전문가(변호사 등)의 도움을 받는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초기 비용이 다소 발생하더라도, 이는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수십억 원짜리 소송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투자입니다.
마치며
법인 설립과 지분 구조 설계는 단순히 서류 작업을 하는 행정 절차가 아닙니다. 함께 꿈을 꾸는 동료들과 우리가 만들 회사의 미래를 설계하고, 발생 가능한 모든 갈등에 대한 규칙을 정하는 과정입니다.
창업 초기의 들뜬 마음을 잠시 가라앉히고, 돈과 역할, 그리고 이별의 순간까지 고려하는 ‘불편한 대화’를 나누어야 합니다. 이 불편한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회사는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10년, 100년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부디 현명한 지분 구조 설계를 통해 성공적인 창업의 첫 단추를 잘 꿰시길 바랍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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