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넘게 살았는데 도배·장판 다 물어내라니? 임대인의 과도한 원상복구 요구와 연체 이자, 법적으로 줘야 할까?

 

100만 원짜리 얼룩과 12%의 이자

2026년 2월의 차가운 바람이 창틈으로 스며들었다. 이삿짐센터 트럭이 도착하기 이틀 전, 나는 텅 빈 거실 한가운데 서서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4년 10개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이 집에서 나는 승진을 했고, 사랑하는 반려견 '두부'를 가족으로 맞이했다.

"똑똑."

현관문이 열리고 임대인 박 씨가 들어왔다. 평소 깐깐하기로 소문난 그는 들어오자마자 매의 눈으로 집안 구석구석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그의 시선이 거실 창가 쪽 마루에 멈췄다.

"이거 뭐야? 마루가 썩었네, 썩었어!"

박 씨가 가리킨 곳은 두부가 배변 패드 밖으로 실수를 했던, 그리고 내가 화분에 물을 주다 흘렸던 그 30cm 남짓한 공간이었다. 약간 거무튀튀하게 변색되고 살짝 들뜬 그 부분. 나는 죄송하다는 말을 하려 했다. 하지만 박 씨의 입에서 나온 말은 상상을 초월했다.

"강아지 오줌 때문에 집 전체에 냄새가 배었어. 마루는 부분 수리 안 되는 거 알지? 색깔 안 맞으니까 거실 전체 다 갈아야 해. 그리고 벽지도 누렇게 떴네. 이것도 싹 다 실크로 새로 해놓고 나가."

기가 막혔다. 벽지는 내가 들어올 때부터 새것이 아니었고, 5년 가까이 살면서 자연스럽게 바랜 것이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박 씨는 계산기 앱을 켜더니 무언가를 두드렸다.

"그리고 김 선생, 재작년에 월세 두 번 밀렸던 거 기억하지? 보증금에서 깐다고 했는데, 내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동안 이자를 못 받았잖아. 연체 이자 12% 쳐서 계산했으니까 보증금 1,000만 원에서 수리비 300만 원, 이자 50만 원, 밀린 월세 빼고... 500만 원만 가져가면 되겠네."

"사장님, 계약서에 연체 이자 얘기는 없었잖아요. 그리고 마루 저거 조금인데 전체를 다 갈라니요? 벽지는 5년이나 살았으면 원래 교체 주기 지난 거 아닙니까?"

"남의 집을 망가뜨려 놨으면 책임을 져야지! 법대로 해, 법대로! 돈 다 까기 전에는 보증금 한 푼도 못 줘!"

박 씨는 으름장을 놓고 나갔다. 3일 뒤면 새집 잔금을 치러야 하는데, 보증금의 절반이 날아갈 위기였다. 두부가 내 발등에 턱을 괴었다. 억울했다. 4년 넘게 월세 꼬박꼬박 내며(딱 두 번 빼고) 내 집처럼 아껴 쓴 대가가 고작 이것인가? 나는 떨리는 손으로 계약서를 다시 꺼냈다. '원상복구'라는 네 글자가 오늘따라 무겁게 나를 짓눌렀다. 하지만 이대로 당할 수만은 없었다. 나는 휴대폰을 들어 법률 정보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4년 거주 자연 마모", "임대차 원상복구 범위". 화면 속 판례들이 나에게 속삭이는 듯했다. '당신은 다 물어줄 필요가 없다'고.

임대차분쟁, 보증금반환, 원상복구의무, 내용증명, 소액심판



⚖️ 임대인의 요구는 '부당'하며 거절 가능합니다

질문자님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법리 검토한 결과, 임대인의 요구 대부분은 법적 근거가 약하거나 과도한 요구에 해당합니다. 2월 7일 퇴거일까지 시간이 촉박하므로, 감정적 대응보다는 팩트에 기반한 협상과 법적 절차 준비를 동시에 진행해야 합니다.

핵심 결론 요약:

  1. 연체 이자 12% 요구: 거절 가능합니다. 계약서에 이자율 약정이 없다면, 임대인은 법정 이율(민법상 연 5%) 이상을 청구할 수 없으며, 이마저도 보증금에서 일방적으로 공제하려면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12%는 소송촉진법상 이율로, 판결 없이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2. 도배 전체 교체: 거부하십시오. 4년 10개월 거주했다면 벽지의 내구연한(통상 6년)이 거의 다 되었으므로, 임차인의 고의 파손이 없는 한 '통상적 마모'로 보아 임대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3. 마루 전체 교체: 부당합니다. 30cm 훼손에 대해 거실 전체 교체를 요구하는 것은 '권리 남용'입니다. 훼손된 부분에 대한 '부분 보수 비용' 또는 해당 면적의 '잔존 가치'만큼만 배상하면 됩니다.

  4. 냄새 등 주관적 주장: 무시해도 좋습니다. 객관적 수치나 증거가 없는 냄새, 느낌 등은 원상복구 대상이 아닙니다. 청소비 정도면 충분합니다.

추천 대응 방안:

  • 즉시 내용증명을 발송하여 반환해야 할 보증금 액수와 임대인의 부당한 공제 내역을 반박하십시오.

  • 퇴거일(2월 7일)에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짐을 일부 남겨두어 점유를 유지하거나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야 합니다.


📝 왜 임대인의 요구가 부당한가? (상세 분석)

임대인의 주장을 법적 잣대로 하나씩 반박해 드리겠습니다. 이 논리를 바탕으로 임대인과 협상하거나 내용증명을 작성하시기 바랍니다.

1. 원상복구의 범위와 '자연 마모(통상적 손모)'

법원은 임대차 계약에서 발생하는 '자연 마모(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낡아지는 것)'에 대한 복구 비용은 이미 월세에 포함되어 있다고 봅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07. 5. 31. 선고 2005가합100279 판결 등)

  • 벽지(도배): LH의 임대주택 수선비 부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벽지의 내구연한은 6년입니다. 질문자님은 약 5년을 거주했습니다. 설사 벽지에 약간의 손상이 있다 하더라도, 남은 가치(약 1년 치)인 전체 비용의 1/6 정도만 부담하면 됩니다. 하지만 반려견이 뜯은 게 아니고 단순 노후화라면 10원도 낼 필요가 없습니다.

  • 바닥재(마루/장판): 마루의 부분적 훼손(30cm)은 임차인의 과실(반려견 오줌, 물 관리 소홀)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손해배상의 범위는 손해를 입은 한도 내'여야 합니다. 부분 수리가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로 전체 교체를 요구하는 것은 임대인의 자산 가치를 임차인의 돈으로 증대시키려는 행위(부당이득)입니다. 법원은 통상적으로 훼손된 부위의 복구비용 또는 헤베(㎡)당 단가를 적용한 금액만 인정합니다.

2. 연체 이자 12%의 허구성

임대인은 마치 대부업체처럼 12% 이자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 약정 없는 이자: 계약서에 "월세 연체 시 연 O%의 이자를 가산한다"는 조항이 없다면, 임대인은 민법상 법정이율인 연 5%만 주장할 수 있습니다.

  • 공제의 부당성: 보증금은 연체된 차임(월세)을 담보하는 것이지, 임대인이 임의로 정한 고이율의 이자까지 담보하는 것은 아닙니다. 연체된 '원금'만 공제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3. 입증 책임은 임대인에게 있다

"냄새가 난다", "벽지가 더럽다"라고 주장하며 보증금을 깎으려면, 그 손해의 구체적인 액수와 인과관계를 임대인이 입증해야 합니다. 단순히 "강아지 키웠으니 다 갈아줘"는 법정에서 통하지 않는 떼쓰기입니다.

4. 현실적인 행동 가이드 (D-Day 전략)

  • D-2 (내용증명 발송): 우체국에 가서 내용증명을 보내세요.

    "본인은 2026. 2. 7. 계약 종료에 맞춰 퇴거할 예정임. 임대인의 무리한 원상복구 요구(전체 교체, 고율 이자)는 법적 근거가 없으므로 거부함. 통상적인 마모를 제외한 실비(부분 보수) 공제는 협의 가능하나, 과도한 공제 시 보증금 반환 소송 및 지연 이자(12%)를 청구하겠음."

  • D-Day (퇴거일):

    • 증거 확보: 이삿짐을 빼고 난 뒤, 바닥과 벽지 상태를 동영상과 사진으로 꼼꼼하게 찍어두세요. (임대인이 나중에 딴소리 못 하게)

    • 점유 유지: 보증금을 전액(또는 인정할 수 있는 금액) 돌려받기 전까지는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마세요. 짐을 일부(의자 하나라도) 남겨두고 열쇠를 넘겨주지 않아야 '대항력'이 유지됩니다.

    • 임차권등기: 보증금을 못 받고 이사를 가야 한다면, 절대 전입신고를 빼지 말고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야 합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A)

Q1. 변호사 선임 없이 혼자서도 가능할까요? 

👉 네, 충분히 가능합니다. 보증금이 1,000만 원이고 쟁점이 명확하므로 변호사 선임비(최소 300~500만 원)를 쓰기엔 실익이 적습니다. 대한법률구조공단(국번 없이 132)의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거나, 법원에 '나홀로 소송(전자소송)'으로 소액심판을 청구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내용증명만 제대로 보내도 임대인이 꼬리를 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Q2. 부분 수리가 안 돼서 전체를 갈아야 한다는데 진짜인가요? 

👉 기술적으로는 부분 수리가 가능합니다. 다만, 자재가 단종되었거나 색상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임차인이 전체를 물어줄 의무는 없습니다. 판례는 색상 차이 등의 심미적 감소는 임대인이 감수해야 할 부분으로 보거나, 감가상각을 적용해 아주 일부 비용만 인정합니다. "부분 수리 견적서"를 인테리어 업체에서 받아 제시하세요.

Q3. 보증금을 못 받아서 새로 이사 갈 집 계약금을 날리게 생겼어요. 

👉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합니다. 임대인에게 미리 내용증명이나 문자로 "2월 7일에 보증금을 안 주면, 새집 계약금 OOO만 원을 몰수당하게 되며, 이 손해까지 청구하겠다"라고 [특별손해]를 고지하세요. 미리 알린 경우에만 이 손해까지 받아낼 수 있습니다.

Q4. 당장 2월 7일에 이사를 가야 하는데 돈을 안 줘요. 어떡하죠? 

👉 자금 융통이 가능하다면 일단 이사를 가되, 기존 집의 점유권(비밀번호, 열쇠)은 넘기지 마세요. 그리고 가족 중 한 명의 주민등록을 남겨두거나, 짐을 남겨두세요. 만약 대출 상환 문제 등으로 급하다면, 임대인이 주는 대로(500만 원) 일단 받고, 영수증에 "나머지 공제 금액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으며, 추후 반환 청구하겠다"는 문구를 명시하고 서명하세요. 그래야 나중에 소송 걸어서 나머지 돈을 받을 수 있습니다.

Q5. 조정 신청이 빠를까요, 소송이 빠를까요? 

👉 조정이 빠릅니다.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절차는 보통 2~3개월 내에 마무리되며 비용도 매우 저렴합니다(1만 원 내외). 조정안은 판결문과 같은 효력이 있습니다. 임대인이 조정을 거부하면 그때 소액심판(소송)으로 가시면 됩니다. 소송은 6개월 이상 걸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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