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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던 건 복지, 나갈 땐 빚?" 어느 원장님의 두 얼굴
작은 동네 의원, 접수대와 진료실을 오가며 하루 10시간씩 서서 일했던 간호조무사 지민 씨. 그녀의 근로계약서는 여느 병원들이 으레 그렇듯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우리는 복잡한 거 싫으니까, 세금이랑 보험료 다 병원에서 내주고 지민 씨 통장에는 딱 240만 원 꽂아줄게. 밥도 시켜줄 테니 편하게 다녀."
면접 때 원장님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근로계약서에는 기본급 220, 식대 20이라고 적혀 있었고 '세금은 공제한다'는 문구가 있었지만,
원장님은
"그건 형식적인 거고, 실수령액(Net) 보장해 주는 거야"
라고 안심시켰습니다. 10개월간 지민 씨는 감사한 마음으로 환자들을 돌봤습니다. 점심시간에도 환자가 오면 숟가락을 놓고 뛰어나갔고, 30분 일찍 출근해 청소를 도맡았습니다.
하지만 2025년 5월, 병원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억울했습니다. 퇴직금도 못 받는 10개월 차에 해고라니. 지민 씨는 노동청을 찾아가 못 받은 해고예고수당과 휴게시간 근무 수당을 청구했습니다.
그러자 '인자하던' 원장님의 얼굴이 야차처럼 돌변했습니다.
"감히 뒤통수를 쳐? 법대로 해보자고? 좋아."
며칠 뒤, 원장 측 변호사 명의로 내용증명이 날아왔습니다.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계약서대로라면 네가 냈어야 할 4대 보험료와 소득세 10개월 치를 병원이 '실수'로 냈으니 다시 내놓아라.
점심 밥값은 호의로 준 건데 네가 배신했으니 부당이득으로 반환해라.
5인 미만이라 안 줘도 되는 연차를 줬으니 그것도 돈으로 환산해 입금해라.
청구 금액은 지민 씨가 노동청에 신고한 체불 임금보다 훨씬 컸습니다.
"받은 밥값까지 토해내라니..."
지민 씨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내용증명을 움켜쥐었습니다. 10개월간의 헌신이 빚더미가 되어 돌아오려는 순간, 그녀는 정말 이 돈을 다 물어줘야 하는 걸까요?
⚖️ "겁먹지 마세요. '비채변제'와 '관행'이 당신의 방패입니다."
사용자의 이러한 '보복성 반환 청구'는 실무에서 종종 발생하는 악질적인 수법입니다. 하지만 법적으로 따져보면 사용자의 주장은 대부분 기각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핵심 해결 포인트]
세금/보험료 반환 의무 없음 (네트제 인정): 계약서 문구가 어떻든, 10개월간 공제 없이 고정급을 지급했다면 이는 '실수령액 보장 계약(네트제)'에 대한 묵시적 합의가 성립된 것입니다. 설령 계약서가 우선이라 해도, 사용자가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대납한 돈은 민법상 '비채변제(채무가 없음을 알고도 변제함)'에 해당하여 반환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식대 및 복리후생비 반환 불가: 제공된 식사나 자발적으로 부여한 연차는 근로 조건의 일환인 '복리후생'이거나 '유리한 조건의 적용'입니다. 이를 사후에 철회하거나 부당이득으로 반환 청구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이미 소비된 밥을 어떻게 돈으로 돌려줍니까?
식대 비과세의 모순: 계약서상 식대 20만 원을 비과세로 처리해 놓고, 별도로 밥을 줬으니 밥값을 내놓으라는 것은 세법상으로도, 노동법상으로도 모순입니다. 이는 오히려 사용자의 탈세 정황이 될 뿐 반환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강력한 맞대응: 사용자의 청구는 '소권 남용'에 가깝습니다. 노동청 진정을 그대로 진행하시고, 만약 민사 소송이 들어오면 대한법률구조공단을 통해 무료 소송 대리를 지원받아 대응하시면 됩니다.
📝 사용자의 협박, 법리로 조목조목 반박하기
지민 씨와 같은 상황에 처한 근로자분들을 위해, 사용자의 주장을 무력화할 수 있는 법적 논리를 상세히 정리해 드립니다. 이 내용을 숙지하시고 대응하시기 바랍니다.
1. "계약서에 세금 공제한다고 써있잖아!" (네트제의 법적 성질)
실질 우선의 원칙: 근로계약은 처분문서(계약서)도 중요하지만, 실제 임금 지급 관행이 더 중요합니다. 10개월 동안 매달 급여명세서나 이체 내역에 세금 공제 없이 240만 원이 입금되었다면, 이는 노사 간에 '세금을 병원이 부담하기로 하는 묵시적 약정'이 있었다고 봅니다.
비채변제(민법 제742조): 백번 양보해서 계약서가 우선이라 칩시다. 그렇다면 원장은 "지민 씨가 내야 할 돈"을 지난 10개월간 대신 내준 셈입니다. 그런데 원장은 이걸 몰라서 냈을까요? 아닙니다. 알고 냈습니다. 채무가 없음을 알고도 변제한 경우(비채변제),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는 것이 민법의 대원칙입니다. 따라서 소송을 걸어와도 "원장님은 네트제임을 알고 자발적으로 냈으므로 돌려줄 필요 없다"라고 항변하면 이깁니다.
2. "먹은 밥값, 쓴 연차수당 다 내놔!" (복리후생의 성격)
호의가 권리가 된 경우: 식사 제공이나 5인 미만 사업장의 연차 부여는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제공한 '은혜적 급부' 또는 '근로 조건의 유리한 적용'입니다. 근로자가 밥을 훔쳐 먹은 게 아닙니다. 사용자가 제공해서 먹었습니다. 이는 법률상 원인 없이 얻은 부당이득이 아닙니다.
금반언의 원칙: "일할 때는 복지라고 주더니, 신고하니까 부당이득이라고?" 이는 선행 행위와 모순되는 주장을 금지하는 '금반언의 원칙'과 '신의칙'에 위배됩니다. 법원은 이런 보복성 청구를 받아주지 않습니다.
3. "식대 20만 원 비과세 받았지만 밥값도 내놔" (이중 청구의 모순)
사용자는 계약서에 식대 20만 원을 명시하여 월 20만 원에 대한 소득세 면제 혜택을 누렸습니다. 그래놓고 실제 밥값도 따로 줬으니 돌려달라는 것은, 본인이 세금 혜택을 보기 위해 서류를 꾸몄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입니다.
이 논리는 오히려 사용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국세청에 알릴 경우 식대 비과세 부당 적용으로 가산세를 물게 될 수도 있습니다.
4. 민사 대응 및 무료 법률 지원 🛡️
노동청 vs 민사: 노동청은 임금체불(해고예고수당 등)만 판단합니다. 사용자가 거는 손해배상이나 부당이득 반환 소송은 법원(민사) 관할입니다.
무료법률구조공단: 월 급여 260만 원 이하(평균)이거나 임금체불 피해 근로자는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무료로 변호사를 선임해 줍니다. 사용자가 소장을 보내오면, 겁먹지 말고 소장과 체불임금 확인서(노동청 발급)를 들고 공단을 찾아가세요.
추가 청구: 민사 소송이 진행되면, 노동청에서 다투기 힘들었던 '휴게시간 미부여에 따른 가산 수당', '조기 출근 수당' 등에 대한 입증 자료(교통카드 내역, CCTV, 업무 카톡 등)를 제출하여 반소(맞소송)를 제기하거나 청구 취지를 확장할 수 있습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A)
Q1. 원장이 "실수령액 계약이라는 증거를 대라"고 하면 어떡하죠?
👉 A. 가장 확실한 증거는 '통장 입금 내역'입니다. 10개월간 일정한 날짜에, 일정한 금액(240만 원)이, 세금 공제액 변동 없이 똑같이 들어왔다는 사실 자체가 네트제 계약의 가장 강력한 증거입니다. 또한, 입사 당시 채용 공고나 면접 때 나눈 문자/카톡 내용이 있다면 더욱 좋습니다.
Q2. 해고예고수당은 5인 미만 병원도 받을 수 있나요?
👉 A. 네, 받을 수 있습니다. 해고예고수당(30일 전 예고 없으면 30일분 통상임금 지급)은 사업장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사업장에 적용됩니다. 단, 근로 기간이 3개월 미만인 수습 사원은 제외되나, 질문자님은 10개월 근무했으므로 무조건 받을 수 있습니다.
Q3. 원장이 변호사 샀다고 으름장을 놓는데, 저 혼자 이길 수 있을까요?
👉 A. 변호사를 선임한다는 것은 그만큼 비용을 쓰겠다는 것인데, 받을 가능성이 희박한 소송에 변호사 비용을 쓰는 것은 사용자 입장에서도 손해입니다. 이는 심리적 압박용(블러핑)일 가능성이 큽니다. 설령 진짜 소송이 들어와도 위에서 말씀드린 법률구조공단의 무료 변호사 지원을 받으시면 대등하게 싸울 수 있습니다. 절대 쫄지 마세요.
Q4. 휴게시간에 일한 건 어떻게 증명하나요?
👉 A. 휴게시간(점심시간)에 전화를 받거나 환자를 응대했다는 증거가 필요합니다.
점심시간대 진료 기록지나 접수 기록
업무 지시 카톡 ("점심때 환자 오면 봐라" 등)
동료의 진술서
병원 내 CCTV (확보 가능하다면) 이런 자료들을 모아두시면 민사나 노동청 조사에서 유리합니다.
Q5. 세금 대납분을 '부당이득'으로 인정받은 판례가 있나요?
👉 A. 극히 드뭅니다. 대법원은 네트제 계약의 경우, 사용자가 대납한 세금은 애초에 근로자의 임금이 아니라 사용자의 비용으로 봅니다. 따라서 근로자가 얻은 이득이 없으므로 반환할 것도 없다는 것이 주류 판례입니다. 다만, 계약서에 "추후 정산한다"는 특약이 매우 구체적으로 있고, 매년 정산을 해온 관행이 있다면 다를 수 있지만, 질문자님 사례처럼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서는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99%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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