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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나 뇌질환으로 인지 능력이 저하된 부모님을 모시다 보면, 병원비나 요양원 비용 마련을 위해 부모님 명의의 부동산을 처분해야 할 때가 옵니다. 하지만 인감도장과 신분증이 있다고 해서 자녀가 마음대로 집을 팔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자칫하면 매매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이럴 때 반드시 필요한 성년후견 제도와 부동산 매각 절차, 그리고 전문가 선임 시 고려해야 할 점을 상세히 정리해 드립니다.
이야기: 요양원비 때문에 집을 내놨는데 계약 불가라니요
꽉 막힌 병원비와 묶여버린 아파트 외동아들인 박 차장은 5년째 치매를 앓고 계신 아버지를 요양병원은 모시고 있습니다. 병원비와 간병비가 매달 300만 원 넘게 들어가자, 박 차장은 결국 아버지가 살던 아파트를 팔아 비용을 충당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부동산에 집을 내놓고 매수자가 나타나 계약하려는 순간, 공인중개사가 제동을 걸었습니다.
아버님의 의사 능력이 문제입니다 "아버님이 치매가 심하셔서 본인이 매매 의사를 밝히실 수 없네요. 이대로 계약하면 나중에 무효가 될 수 있어서 진행 못 합니다. 성년후견인 판결문 받아오세요." 박 차장은 아버님의 인감증명서만 떼면 될 줄 알았는데, 법원의 허가 없이는 집을 팔 수 없다는 사실에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당장 병원비는 급한데, 법원 절차는 어떻게 밟아야 하고 누구에게 맡겨야 할까요?
1. 성년후견제도, 왜 반드시 필요한가요?
부동산 매매 계약은 소유자의 명확한 의사 능력이 있어야 유효합니다. 중증 치매나 뇌졸중 등으로 인지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경우, 법적으로 의사 무능력자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이때 자녀가 대리로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추후 다른 가족이 이의를 제기하거나, 등기소에서 소유권 이전 등기를 거부할 수 있습니다.
안전한 거래의 열쇠 따라서 가정법원을 통해 자녀나 친족을 성년후견인으로 지정받아, 법적 대리권을 획득하는 것이 유일하고 안전한 방법입니다.
2. 성년후견 개시부터 부동산 매각까지의 2단계 절차
성년후견인이 되었다고 해서 바로 집을 팔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많은 분이 실수하는 부분이니 꼭 확인하세요.
1단계: 성년후견 개시 심판 청구 가정법원에 후견인을 지정해 달라고 신청하는 단계입니다.
기간: 통상 3개월에서 6개월 소요 (정신감정 절차 포함)
준비물: 기본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등본, 진단서, 후견인 후보자 범죄경력조회서 등
결과: 법원은 심사를 거쳐 후견인을 선임하고 대리권의 범위를 정해줍니다.
2단계: 부동산 처분 허가 심판 청구 (핵심) 후견인으로 선임된 후, 부동산을 매각하려면 별도로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유: 피후견인(부모님)의 중요한 재산인 부동산을 처분하는 행위이므로, 이것이 정말 부모님을 위해 필요한 것인지 법원이 한 번 더 체크합니다.
내용: 매매 계약서 초안(또는 매각 예정 금액), 매각 대금 사용 계획서(병원비 충당 등)를 제출하여 허가를 받으면 그때 정식 계약과 등기 이전을 할 수 있습니다.
3. 변호사 vs 법무사, 누구에게 맡겨야 할까?
전문가에게 의뢰하고 싶지만 비용 차이 때문에 고민이 많으실 겁니다. 상황에 따라 유리한 선택이 다릅니다.
법무사: 가성비와 신속함
장점: 변호사에 비해 수임료가 저렴합니다. (통상 100만 원~200만 원 선, 실비 별도) 서류 작성과 제출 대행 업무에 특화되어 있어 가족 간 다툼이 없고 단순한 사건일 때 효율적입니다.
단점: 법정에서 대리인으로 변론할 수 없습니다. 만약 심판 과정에서 판사님이 심문을 열거나 복잡한 법리 다툼이 생기면 본인이 직접 출석해서 대응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추천: 다른 형제들도 모두 동의하고, 재산 관계가 단순한 경우.
변호사: 분쟁 해결과 토탈 케어
장점: 모든 법적 절차를 대리하므로 법원에 출석할 필요가 거의 없습니다. 형제간 재산 분쟁이 있거나, 부모님의 재산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 법리적으로 방어하고 조율해 줍니다.
단점: 비용이 비쌉니다. (통상 300만 원~500만 원 이상, 난이도에 따라 상이)
추천: 형제 중 누군가 후견인 지정을 반대하거나, 재산 규모가 크고 복잡한 경우.
4. 셀프 등기나 나홀로 소송은 가능할까?
전자소송 활용 가능 대법원 전자소송 사이트를 통해 직접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비용을 가장 아끼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서류가 미비하면 보정명령이 계속 나와 시간이 지체될 수 있고, 정신감정 절차 등 챙겨야 할 것이 많아 생업이 바쁜 분들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Q&A: 성년후견과 주택 매각, 궁금증 해결
자주 묻는 질문을 모아 답변드립니다.
Q1. 형제 중 한 명이 반대하면 후견인이 못 되나요?
아닙니다. 법원은 가족들의 동의 여부도 중요하게 보지만, 가장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은 피후견인(부모님)의 복리입니다. 형제 중 한 명이 반대하더라도, 신청인이 평소 부모님을 부양해왔고 재산 관리를 투명하게 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후견인으로 지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분쟁이 심하면 법원이 '제3자(변호사, 법무법인 등)'를 후견인으로 지정할 수도 있습니다.
Q2. 집을 판 돈은 제 통장으로 가져와도 되나요?
절대 안 됩니다. 후견 업무의 핵심은 재산의 분리입니다. 매각 대금은 반드시 피후견인(부모님) 명의의 통장에 입금해야 하며, 오직 부모님의 병원비, 생활비 등으로만 사용해야 합니다. 후견인은 매년 재산 관리 내역을 법원에 보고해야 하며, 마음대로 돈을 빼 쓰면 횡령죄로 처벌받거나 후견인에서 해임될 수 있습니다.
Q3. 절차가 끝나는 데 얼마나 걸리나요?
최소 6개월 이상 잡으셔야 합니다. 성년후견 개시 심판에 3~6개월, 이후 부동산 처분 허가 심판에 1~2개월 정도가 소요됩니다. 따라서 당장 다음 달 병원비가 급하다면 다른 자금 융통 방법을 먼저 찾으시고, 매각 절차는 여유를 두고 진행해야 합니다.
마치며: 효도와 법적 절차는 별개입니다
"내가 자식인데 설마 무슨 일 있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덜컥 계약했다가 계약금을 날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님의 재산을 처분하는 일은 법적으로 매우 엄격하게 다뤄집니다.
가족 간의 합의가 원만하다면 법무사를 통해 합리적인 비용으로, 다툼이 예상된다면 변호사를 통해 안전하게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님의 치료와 안위를 위한 자금 확보라는 본질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
이 글이 막막한 상황에 놓인 보호자분들께 길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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