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내용, 인터넷에 공유했다가 전과자 될 수 있다? 명예훼손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우리는 국민신문고나 해당 기관 게시판에 민원을 넣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이 형식적이거나 불친절할 때, 그 분노를 참지 못하고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에 소위 박제라고 불리는 행위를 하곤 합니다. "이것 좀 보세요, 공무원(혹은 업체) 대응이 이렇습니다"라며 공론화하는 것입니다. 사이다 같은 복수를 꿈꿨겠지만, 자칫하면 고소장이라는 부메랑을 맞을 수 있습니다. 오늘은 민원 내용을 공유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리스크와 안전한 대처법을 심층 분석해 드립니다.



이야기: 정의감에 올린 글이 독이 되어 돌아오다

📢 답답한 민원 처리 동네 식당 위생 문제로 구청에 민원을 넣은 김 씨. 며칠 뒤 받은 답변은 "현장 확인 결과 특이사항 없음"이라는 짧은 문장이었습니다. 분명히 쥐가 나온 것을 봤는데 대충 조사하고 덮으려는 듯한 태도에 김 씨는 화가 났습니다.

😡 커뮤니티 박제와 신상 공개 김 씨는 억울함을 알리기 위해 지역 맘카페에 민원 답변 내용을 캡처해서 올렸습니다. 분이 풀리지 않아 담당 주무관의 실명이 적힌 하단 부분을 자르지 않고 그대로 노출했고, "이따위로 일하는 김OO 주무관, 세금 도둑 아니냐"라며 다소 격한 비난 글을 덧붙였습니다.

gavel 명예훼손 고소장 접수 사람들의 호응을 얻으며 정의를 구현했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며칠 뒤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해당 주무관이 김 씨를 사이버 명예훼손 및 모욕죄로 고소했다는 것입니다. 김 씨는 "공무원이 일을 제대로 안 해서 사실을 알린 건데 이게 왜 죄가 되냐"고 항변했지만, 상황은 김 씨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핵심 쟁점 1: 사실적시 명예훼손의 덫

가장 많이 오해하시는 부분입니다. 거짓말을 해야 처벌받는 것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정보통신망법은 비방할 목적으로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도 처벌합니다.

⚖️ 공익성 vs 비방의 목적 민원 내용을 공유할 때 처벌 여부를 가르는 핵심은 공익성입니다.

  • 처벌 가능성 낮음: 해당 내용이 다수의 시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는 공적인 사안(예: 부실 공사, 보건 위생, 부정부패)이며, 감정적 비난 없이 건조하게 사실만을 전달한 경우. 대법원은 공무원의 직무 수행에 대한 감시와 비판은 폭넓게 허용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 처벌 가능성 높음: 공익보다는 개인적인 분풀이 목적이 강한 경우. "일처리가 멍청하다", "인성이 글러 먹었다" 같은 인신공격성 표현을 섞거나, 사적인 복수를 위해 반복적으로 글을 올렸다면 비방의 목적이 인정되어 처벌받습니다.


핵심 쟁점 2: 담당자 실명 공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일까?

민원 답변서 하단에는 보통 처리 부서와 담당자의 이름, 전화번호가 적혀 있습니다. 이를 그대로 인터넷에 올리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 개인정보 침해의 소지 공무원의 성명과 직위는 정보공개법상 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여 그 자체로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아니라는 판례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특정 커뮤니티에 올려 좌표를 찍고 괴롭히기 위한 용도로 사용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또한, 사기업 직원이나 일반인의 이름과 연락처를 공개했다면 이는 명백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자 민사상 불법행위에 해당하여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합니다.


핵심 쟁점 3: 욕설 섞인 비난은 모욕죄 직행열차

명예훼손보다 더 쉽게 성립하는 것이 모욕죄입니다.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지 않더라도,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인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 표현을 하면 성립합니다.

🤬 모욕죄 성립 요건

  • "일 처리가 개판이다", "미친 X", "세금 루팡" 등의 표현은 모욕에 해당합니다.

  • 특정성: 담당자의 이름을 가렸더라도, 문맥상 누구인지 알 수 있다면 성립합니다.

  • 공연성: 인터넷 게시판은 전파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무조건 성립합니다.

따라서 민원 내용이 아무리 부당하더라도, 감정적인 욕설이나 비하 발언을 섞어서 올리는 순간 법적으로 방어하기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안전하게 공론화하는 방법: 이것만 지키세요

억울함을 알리고 싶다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스마트하게 공유해야 합니다.

🛡️ 1. 철저한 익명 처리 (Redaction) 담당자의 이름, 직통 전화번호, 소속 부서 등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모든 정보는 모자이크 처리하세요. 민원의 내용(본문)과 기관의 공식 답변 내용만 보이게 해야 안전합니다.

📝 2. 건조하고 객관적인 서술 "담당자가 쓰레기다"라는 표현 대신 "담당자가 규정을 잘못 해석하여 이러한 답변을 했다"라고 사실 위주로 작성하세요. 독자가 스스로 판단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감정을 빼고 팩트만 나열할수록 공익성이 인정받기 쉽습니다.

📢 3. 공익적 목적 강조 글의 서두나 말미에 "이러한 부당한 행정 처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공유합니다" 또는 "다른 분들도 비슷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정보를 나눕니다"라는 문구를 넣어 글의 목적이 비방이 아닌 공익에 있음을 명시하세요.


Q&A: 민원 공유, 궁금증 해결

자주 묻는 질문을 통해 애매한 법적 경계를 정리해 드립니다.

Q1. 공무원은 국민의 봉사자인데 이름을 공개해도 되는 거 아닌가요?

👮 원칙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악의적이면 처벌받습니다. 공무원의 직무 유기나 위법 행위를 고발하기 위해 실명을 거론하는 것은 위법성이 조각(처벌 면제)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단순한 불친절이나 사소한 실수에 대해 실명을 공개하며 "신상 털기"를 유도하거나 집단 민원을 사주하는 행위는 업무방해죄명예훼손죄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굳이 위험을 감수하지 말고 가리는 것을 추천합니다.

Q2. 사실만 썼는데 업체에서 영업방해로 고소하겠다고 합니다.

💰 소비자의 권익을 위한 후기는 처벌받지 않습니다. 식당이나 기업에 대한 불만 민원을 공유했을 때 업체 측에서 영업방해나 명예훼손을 운운하며 겁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소비자가 겪은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행위는 소비자의 권익 보호라는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보아 대부분 무죄를 선고합니다. 단, 허위 사실이 섞여 있거나 과도하게 악의적인 비방이 섞여 있으면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Q3. 이미 올린 글 때문에 고소당했습니다. 어떻게 하죠?

즉시 삭제하고 변호사와 상의하세요. 고소가 접수되었다면 해당 게시글을 삭제하여 반성의 뜻을 보이고 전파를 막는 것이 우선입니다. 경찰 조사에서는 "비방의 목적이 없었고, 공익을 위해 정보를 공유하고자 했을 뿐이다"라는 점을 일관되게 주장해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합의를 시도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무리한 합의금을 요구한다면 법적으로 무죄를 다퉈볼 만한 사안인지 전문가의 검토를 받아보세요.


마치며: 사이다도 좋지만 뒤탈이 없어야 합니다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행위는 확성기를 들고 광장에서 외치는 것과 같습니다. 그만큼 파급력이 크고 책임도 따릅니다.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기 위해 나선 행동이 나의 전과 기록으로 남는다면 그보다 억울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감정은 잠시 내려놓고, 냉철하게 팩트 위주로 공유하세요. 그것이 상대방을 더 아프게 하고 나를 지키는 가장 현명한 복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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