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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맞는 디자이너끼리, 혹은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의기투합해 스튜디오를 차리는 일은 흔합니다. 하지만 "우리 평생 함께하자"던 도원결의가 "내 몫 내놔라"는 진흙탕 싸움으로 변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특히 유형의 재산보다 무형의 자산(디자인 원본, 포트폴리오, 클라이언트 리스트)이 핵심인 디자인 회사의 동업 해지는 일반적인 이별보다 훨씬 복잡하고 까다롭습니다. 오늘은 디자인 동업 관계를 정리할 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지분 정산과 권리 문제 해결 방법을 명쾌하게 정리해 드립니다.
이야기: "디자인은 내가 다 했는데 빈손으로 나가라고?"
🤝 환상의 콤비, 그리고 균열 시각 디자이너 A와 영업을 담당하는 기획자 B는 3년 전, 각각 1,000만 원씩 투자해 작은 브랜딩 에이전시를 설립했습니다. 지분은 깔끔하게 50대 50으로 나눴습니다. 초기에는 A가 밤새워 디자인을 하고 B가 발로 뛰어 영업을 해오며 회사를 키웠습니다.
📉 방향성의 차이 회사가 성장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B는 "이제 직원을 더 뽑고 박리다매로 프로젝트를 많이 수주하자"고 주장했고, A는 "퀄리티 유지를 위해 소수 정예로 가야 한다"며 맞섰습니다. 감정의 골이 깊어진 두 사람은 결국 갈라서기로 했습니다.
😡 폭발한 갈등: 돈과 파일 A가 퇴사를 선언하자 정산 문제가 터졌습니다. A의 입장: "회사가 번 돈의 절반은 내 것이고, 내가 작업한 모든 디자인 원본 파일(AI, PSD)과 포트폴리오는 내가 가져가겠다." B의 입장: "초기 자본금 1,000만 원만 돌려주겠다. 그리고 디자인 파일은 회사 자산이니 하나도 못 가져간다. 나가서 동종 업계 일하지 마라."
A는 자신의 영혼을 갈아 넣은 작업물들을 두고 빈손으로 쫓겨날 위기에 처했습니다. 과연 이 난관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1. 지분 정산: 투자금만 돌려받는 것이 아닙니다
동업을 해지할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이 '얼마를 받고 나갈 것인가'입니다. 많은 분이 처음에 낸 투자금 원금만 생각하지만, 이는 잘못된 계산법입니다.
💰 정산의 기준은 '현재 가치' 민법상 조합의 탈퇴나 해산 시 지분 계산은 '탈퇴 당시의 회사 재산 상태'를 기준으로 합니다. 즉, 회사가 3년 동안 성장해 자산이 1억 원이 되었다면, 초기 투자금 1,000만 원이 아니라 현재 자산 가치의 50%인 5,000만 원을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 디자인 회사의 자산 평가 문제는 디자인 회사는 공장이나 기계 같은 유형 자산이 별로 없다는 점입니다. 이때는 다음과 같은 항목을 자산 가치로 환산해야 합니다.
유형 자산: 사무실 보증금, 컴퓨터, 가구, 통장 잔고.
무형 자산(영업권):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잔금, 고정 클라이언트와의 계약 가치, 회사의 브랜드 인지도.
따라서 단순히 통장에 있는 현금만 나눌 것이 아니라,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서 앞으로 들어올 수익까지 계산하여 정산금에 포함해야 합니다. 합의가 안 된다면 회계법인의 감정을 받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2. 핵심 쟁점: 디자인 저작권과 원본 파일의 소유권
디자이너에게 가장 민감한 문제입니다. "내가 그렸으니 내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법적으로는 다를 수 있습니다.
⚖️ 업무상 저작물 (법인/사업체 소유) 두 사람이 법인을 설립했거나, 동업 계약서상 회사의 주체로 되어 있다면 A가 만든 디자인은 '업무상 저작물'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 저작권은 디자이너 개인이 아닌 회사(법인)에 귀속됩니다. 따라서 B의 말대로 A는 원본 파일을 마음대로 들고나가거나 상업적으로 판매할 수 없습니다.
📂 해결책: 라이선스와 포트폴리오 사용권 합의 저작권이 회사에 있다 하더라도, A는 해당 작업물의 창작자입니다. 헤어질 때 반드시 다음과 같은 합의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포트폴리오 사용권: "A는 퇴사 후 자신의 개인 포트폴리오 용도로 해당 작업물을 게시할 수 있다." (단, 회사 기밀이 담긴 문서는 제외)
원본 파일 반출: 원칙적으로는 불가하지만, "향후 개인적인 작업 레퍼런스로만 활용하고 상업적 재판매는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사본을 가져가는 합의를 할 수 있습니다. 이 합의 없이 파일을 무단 삭제하거나 유출하면 배임죄나 업무방해죄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3. 이별 후의 매너: 경업금지약정과 클라이언트
헤어진 후 바로 옆 건물에 똑같은 디자인 스튜디오를 차려 기존 고객을 빼가면 소송전이 벌어집니다. 이를 막기 위해 경업금지약정을 체결합니다.
🚫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 "평생 동종 업계에서 일하지 마라"는 계약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무효입니다. 법원은 합리적인 제한만을 인정합니다.
기간: 통상 1년~2년
지역: 서울시 마포구 내, 혹은 반경 5km 이내 등 구체적이어야 함.
대상: "기존 회사의 거래처와는 2년간 거래하지 않는다"는 식의 구체적인 금지 조항이 유효합니다.
A가 독립하려면, 기존 클라이언트에게 영업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나가는 것이 깔끔하며, 반대로 B는 A가 다른 지역에서 새로운 클라이언트를 만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습니다.
Q&A: 디자인 동업 해지, 이것이 궁금하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부딪히는 질문들을 정리했습니다.
Q1. 계약서를 안 쓰고 구두로만 5:5라고 하고 시작했습니다. 어떡하죠?
🗣️ 민법상 조합 규정이 적용됩니다. 계약서가 없어도 구두 계약, 카카오톡 대화 내용, 수익 배분 내역 등을 통해 동업 관계를 입증할 수 있습니다. 입증이 되면 민법의 조합 법리에 따라 출자 가액에 비례하여 재산을 나눕니다. 만약 A는 돈을 안 내고 기술(노무)만 투자했다면, 그 노무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여 지분을 인정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이 매우 복잡하므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Q2. 제가 작업한 디자인으로 폰트나 굿즈를 만들어 팔고 싶어요. 가져와도 되나요?
💸 회사로부터 저작권을 양도받아야 합니다. 앞서 말했듯 업무상 저작물의 저작재산권은 회사에 있습니다. 퇴사 후 이를 이용해 상업적 상품(굿즈, 템플릿 등)을 만들고 싶다면, 정산 과정에서 현금을 덜 받는 대신 '특정 디자인의 저작재산권을 A에게 양도한다'는 계약을 별도로 체결해야 합니다.
Q3. 상대방이 정산을 계속 미루고 장부를 안 보여줍니다.
🔍 회계장부 열람 청구권을 행사하세요. 동업자는 언제든지 회사의 업무와 재산 상태를 검사할 권리가 있습니다. 내용증명을 통해 "0월 0일까지 회계 장부와 통장 내역을 공개하지 않으면 횡령으로 고소하고 강제 감사를 청구하겠다"고 압박해야 합니다. 동업 해지 시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한 장부 공개입니다.
마치며: 아름다운 이별은 서류에서 나옵니다
크리에이티브한 영역에서 일하는 분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바로 이 '돈 계산'과 '서류 정리'입니다. "좋은 게 좋은 거지"라며 얼버무리고 헤어지면, 나중에 내가 만든 로고가 엉뚱한 곳에 쓰여도 말 한마디 못 하거나, 정당한 내 몫을 영영 못 받게 될 수 있습니다.
동업의 시작보다 중요한 것이 끝맺음입니다. 감정은 잠시 내려놓고, 지분 가치를 냉정하게 계산하고 저작권 귀속 여부를 명확히 문서화하세요. 그것이 당신의 다음 창작 활동을 위한 가장 든든한 보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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